[현장] 개털 알레르기 사고나면 업주 책임?, 자영업자 '노펫존' 대피령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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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작성일 26-03-20본문

지난 3월 1일부터 정부가 반려동물 음식점 동반 입장을 허용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며 오히려 ‘노펫존’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1500만 반려인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정작 골목 상권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리모델링... “결국 빚내서 하라는 소리”
실제 개정안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막대하다. 반려동물이 조리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물리적 차단벽을 설치해야 하며, 전용 좌석·케이지·리드줄 고정 장치 중 하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한 일반 좌석 사이 최소 1.5m 이상의 통로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사실상 리모델링이 필수다.
대구 지역 기준으로 법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1500만 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가벽 설치(200~500만 원), 전용 시설(150~300만 원), 환기 시스템(100~250만 원) 외에 철거비와 도면 작성 비용까지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업주는 "수천만 원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빚내서 리모델링하고 테이블 수까지 줄여가며 운영할 업주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정부는 생색내기식 지원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식약처 지침에 따른 시설비 지원금은 업체당 최대 50만 원에 불과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의 3%도 채 되지 않는다.
대구시가 제공하는 최대 1억 원 규모의 식품진흥기금 융자 역시 연 1%대 저금리라고는 하나, 경기 침체 속에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결국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일 뿐이다.
◆ 위생·안전 책임은 ‘독박’... “우리 개는 안 물어요”의 공포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전가’다. 개털 알레르기 환자가 식당 내에서 아나필락시스(쇼크)를 일으킬 경우, 입구에 표지판을 붙였더라도 위생 관리 소홀로 업주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철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가게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을 대책이 전무하다.
안전 관리 역시 시한폭탄이다. 개정안은 입마개 착용을 현행 동물보호법에 맡기고 있는데, 이는 ‘5대 맹견’에게만 해당한다.
최근 사고가 빈번한 프렌치 불독이나 리트리버 등 일반 견종에게 입마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업주에겐 없다.
경산의 한 카페 업주는 "입마개 없는 대형견이 마주치는 건 공포"라며 "입마개를 권유했다가 SNS 별점 테러라도 당하면 소상공인은 속수무책이다. 정부가 현행법 뒤에 숨어 안전 책임을 업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자본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 ‘펫코노미’ 독점 가속화
영세 상인들이 고사하는 사이 대형 브랜드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남양주 ‘더북한강R점’에 100평 규모 펫 파크를 조성해 층별 분리로 동선을 차단했고, 투썸플레이스는 ‘대구수성못점’ 등 거점 매장에 펫 전용 가구와 세척 시스템을 도입해 방문객이 10% 이상 증가하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전용 앱을 통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사전 등록하거나 키오스크로 전용 좌석을 예약하는 IT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인력 부족으로 접종 수첩 하나 확인하기 힘든 골목 식당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결국 정부 정책이 대형 브랜드에는 수익 창출의 기회를, 소상공인에게는 폐업의 공포를 안겨주는 상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 "준비 없는 허용, 반려인·비반려인 혐오만 부추겨"
법조계에서는 식당 내 사고 시 업주에게만 과도한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를 비판하며 입법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500만 반려인 시대를 맞아 내놓은 장밋빛 정책이 골목 상권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의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책임 소재 명확화 없이는, 이번 개정안이 소상공인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만 키우는 반쪽짜리 포퓰리즘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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